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자사가 추진 중인 증강현실(AR) 기술을 두고 “심오하다”고 치켜세운 반면 메타버스 개념에 대해선 혹평을 쏟아내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팀쿡은 최근 “일반인이 메타버스가 뭔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제대로 정의된 개념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메타버스에 천문학적 투자를 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 기기 개발에 집중하는 팀 쿡의 상반된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팀 쿡 애플 CEO는 지난주 유럽을 방문해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을 돌며 일정을 소화하고 인터뷰를 가졌다. 쿡은 그 중 네덜란드 언론 ‘RTL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증강현실을 화두로 이야기를 꺼냈다.
팀쿡은 “증강현실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심오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미래에 ‘한때 증강현실 기술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애플이 몰두 중인 증강현실에 대한 ‘자화자찬’을 했다. 그러면서 쿡은 “큰 몰입감 때문에 가상현실 기술이 쓰이지만 실제 삶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도 말했다.
최근 IT 업계 트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RTL 뉴스에 따르면 “나는 항상특정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반인들이 메타버스가 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어 “가상현실은 메타버스에 비해 비교적 명확하게 정립된 개념이고 실제로 상용화할 가치가 있는 개념”이라며 “좋은 방향으로 이용한다면 가상현실에 몰두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제품은 쓸모가 있겠지만 현실세계를 가상현실로 아예 대체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팀쿡의 이러한 발언이 메타버스 미래 가능성에 올인, 사명까지 페이스북에서 ‘메타(메타플랫폼스)’로 바꾼 마크 저커버그의 행보를 환기시킨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저커버그는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며 “여러분은 하나의 세상, 또는 하나의 플랫폼에 고정되지 않을 것”이란 야심찬 비전을 내걸었다.
반면 애플은 아직 공식적으로 메타버스와 관련한 세부 로드맵을 밝힌 적이 없다. 대신 증강현실, 가상현실 체험 기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오는 2024년에 증강현실 안경 ‘애플 글래스’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팀 쿡과 마찬가지로 지난 6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도 메타버스 개념 혼란에 대해 언급한 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에번 스피걸 스냅챗 CEO 역시 메타버스의 정의에 대해 “모호하다"면서 AR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